수필타이포그라피
몸치 본문
몸치다
이번주말에 동료들과 함께 팀 골프라운드 일정이 있다
태산같은 걱정을,
새로산 옷 자랑하듯, 누구든 만나기만 하면 늘어놓았다
성격 무쟈게 좋은 동료 한명이, 사정을 딱하게 여겨서 프로자격을 갖춘 동료 코칭스승을 소개해주었다
감사하기도하고 미안하기도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차일피일 미루다가, 어젯밤에 드디어 만남이 성사되었다
포스가 남달랐다
골프연습장으로 이동하는 택시안에서
'사장님..접니다~~
지금 가고 있는데 2시간만 연습할께요
끝방으로 좀 해주세요!'
이미 그곳 사장님도 코칭스승님을 너무 잘 알고 최고대우를 해주는듯 했다
막혀서 한참을 가는동안,
여러생각이 난무했고
부디.... 공은, 떠서 날아가는 시범을 보이길 소망하면서 무사히 연습장에 도착했다
'먼저 한번 스윙 좀 해보시죠?'
운동복으로 갈아입자마자 주문이 들어왔고,
두시간은 계속 해야하니 시간이 없다고 다그친다
내 평생을 연습시간 두시간을 연속, 해 본적이 없는데 두시간이라니..ㅠㅠ
하여간 아무소리 못하고 시범을 보였다
느낌이 이상했다..ㅠ
공은 역시나 어긋났다..ㅠㅠ
골프는 연습이다 란게 재차! 거듭! 실감이난다
스승님은,
말하고 싶지 않은 나의 치부를,
원숭이 흉내내듯 아주 쉽게 하나하나 그대로 내게 보여줬다
음마야..워째 저래 잘 아노?ㅠㅠ
미세한 움직임을,
뼈해장국의 뼈사이 세세히 박혀있는 살들 쪽쪽 빨아먹듯, 완벽히 알아내고,
나의 숨겨진 근육들이 어느방향으로 힘이 가해져있는지를 정확히 확인시켜줬다
조금더 지나면 나의 내장 움직임도 알아버릴것 같았다
실로 무서운 분이었다
하나에서 열까지 다 지적? 가르침을 받았다ㅋㅋ
ㅡ스탠스가 제일 중요하다
ㅡ다리 너무 구부리지말고 딱 1센티만 살짝 ..
ㅡ등을 똑바로하고 엉덩이를 뒤로 빼라
ㅡ허리를 좀 더 굽혀라,많이 구부리는거 같아도
나 봐라 별로 안 굽혀보인다
ㅡ고개는 들고 눈으로 내리까듯이 봐라
ㅡ다리허벅지 안쪽을 밖으로 보낸다고 생각하고 힘줘라
ㅡ앞으로 살짝기울인다생각하고 발가락에 힘줘라
ㅡ어떤 경우에도 다리가 오른쪽 왼쪽으로 밀리지말고 지탱해야한다
ㅡ그 자리에서 그냥 꽈라
ㅡ백스윙하면서 오른쪽 어깨 힘줘서 높이지마라
ㅡ왼쪽 오른쪽 어깨 힘빼라
ㅡ아무 관심없는듯 그냥 편하게 백스윙해라
ㅡ호킹만 하면 채가 뒤로 넘어가 있는것처럼 보이니 반드시 호킹을 해야하고 잘해야한다
ㅡ공의 45도 지점을 째려보고 못박듯이 박아라
ㅡ아이언은 왼다리 허리 빡 힘주면서 손이 공 앞으로 오기까지 채헤드가 뒤에 와야~~
ㅡ드라이버는 손보다 채헤드가 먼저 공쪽으로가야~~
ㅡ머리는 공을 0.001초라도 좀 더 보고 있어라 순간적으로 그렇게 느낌을 가지도록...나도 공보는지 안보는지 모른다~~
ㅡ공치고 릴리즈할때도 어깨에 힘을 빼야 이쁘다
나의 문제점
ㅡ아이언 스탠스가 너무 넓다 그래서 백스윙할때 몸이 밀려간다
ㅡ드라이버 스탠스는 최대한 넓게해라
ㅡ채와 볼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 최대한 주먹하나 간격두고 최대한 붙여라 그래야 백스윙할때 몸과 일심동체가 되고 후려칠때 몸을 사용하기 편하다
ㅡ백스윙할때 자꾸 왼쪽 어깨가 내려가니까 오른 어깨에 힘들어가고 자꾸 올라간다 오히려 왼 어깨를 올린다는 생각으로 백스윙해라
ㅡ드라이버 백스윙은 최대한 낮게 뒤로 돌아가야한다 들어올리면 안된다
ㅡ채가 짧을수록 더 들어올린다 생각하면된다
ㅡ볼 45도지점을 계속 세게 가격한다고 생각해라
ㅡ볼 후려칠때 자꾸 고개까지 같이간다 고개는 최대한 늦게 간다생각해라
ㅡ백스윙해서 너무 오래 머문다 리듬에 맞게 바로 내려쳐라
아~~
가르쳐준거 다 기억하고 있는 내가 신기하지만..
실전에들어가면 10개중 2개 맞는 수준.!
몸 to the 치!
몸...!
머리생각과 육체몸이 따로 노는 그림을 몸치로 표현해봤는데...
정말 상상 초월의 몸치다!
훌쩍 2시간이 흘러갔지만
스승님은 숏게임 연습을 안했다고 해야한다했다
'시간 괜찮으세요?'
'아 네..괜찮아요.' ㅠㅠ
샌드
ㅡ양발위치 같아야하고 왼발만 그냥 그 위치서 열어라 30미터까지.
ㅡ숏게임은 채를 세게 잡아야 안 움직이고 공 날아가는것과 함께 몸도 앞을 봐야한다 그래야 찍어친다
ㅡ샌드는 50까지 친다생각해라 대신 40부터는 스탠스를 보통처럼 벌려쳐라
ㅡA어프로치나 PS는 딱 60만 쳐라
ㅡP는 70이상~~
10분추가했다가 다시 한시간 추가하여
꼬박 3시간을 꽉차게 연습했다
연습시간이, 개그맨 김준현 국수 말아 먹듯,후르륵 3시간이 단숨에 꿀꺽 삼켜진듯 했다
뿌듯하기도 하고 또 다시 걱정도 되고..ㅋㅋ
왜 걱정이냐고?ㅋ
이번주 라운드때, 이 스승님과 한팀이다.
다른 부서지만 특별히 초빙했다
그때 스승님이 가르쳐준 보람이 있어야 할텐데 걱정이다ㅠㅠ
하여간 감사의 마음 가득 안고
버스를 탔다
허리가..ㅠㅠ
허리가 디스크수술 막 한듯..도대체 구부러지지않고 신음소리가 절로난다
그래도 아픔을 뒤로하고
가르쳐준 내용들을, 몇번이나 잊지않으려고 이미지 스윙으로 되뇌임했는데..
꿈자리가 너무 평온?ㅋㅋ
꿈에서라도 연습 더 해보고싶었지만,
고단함이 완전 강력 수면제였다
자장면에 탕수육까지 고칼로리 폭풍흡입한 저녁이었지만,
긴 연습탓에,허리살이 반토막(?) 난 듯했다ㅋㅋ
완전 기분 좋았다
이렇게 반 강제적으로 운동시켜준 두 동료분에게 너무나 감사드린다
p.s 오늘 아침에 어제의 에피소드를 다른 후배에게 얘기했더니,
그녀의 남편도 골프 연습을 최근 완전 열심히 해서 살을 엄청 뺏다고.
자기는 남편이 원래 갈비뼈가 없는 사람인줄 알았다고..ㅋㅋㅋㅋㅋ
남편의 갈비뼈를 난생 처음 봤다고..ㅋㅋㅋㅋㅋ푸하하 완전 웃겼다
근디 허를 찌르는 또 한마디...
'머리 크기는 워쩔겨?
그 머리의 살은 안 빠지나?' ㅋㅋㅋㅋㅋ
완전 포복절도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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